그 둘째 회상에 나오는 소년은 마치 어릴적 모습.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 잊혀지지 않고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둘째 회상에서 주인공은 아직 어린 6살 소년이었지요. 소년은 어느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처음 들어간 성에서 후작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소년은 처음으로 낯선 타인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소년은 후작 부인의 친숙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자마자 그녀에게로 달려 가서 마치 어머니에게 하듯이 키스를 했죠. 그런데 아버지는 소년의 그런 행동을 꾸짓으며 다시는 성으로 데려오지 않겠다고 다그칩니다.
소년은 아버지의 반응에 놀라고 당황했고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모두가 그를 비웃는듯 해서 상처를 받습니다.
이 소년이 성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소년에게 낯선 타인이라는 개념을 가르쳐 주죠. 후작 부인은 낯선 타인이고 우리가 낯선 타인들을 좋아할순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면 안된다고 일러 줍니다. 다정한 눈낄을 지닌 모든 여인을 얼싸안을순 없단다. 어머니의 이 말은 당시 6살 소년에겐 어려운 것이었지만 그 시절을 회상하는 어른이 된 그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낯선 타인의 존재를 배우면서 부터 어린이는 어른이 되기 시작하고 사랑의 샘물에 뚜껑이 덮히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흙 모래에 묻히고 말았다는 것을. 때로는 낯선 타인이야 말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성서의 잠언 구절이 가슴을 울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저 심각하고 지친 표정으로 무표정하게 정기를 잃은 눈빛으로 말 없이 서로를 스쳐 지나갈 뿐이지요.
어른이 된다는건 그렇게 서로에게 낯선 타인이 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에게 정다운 마음을 갖고서도 말없이 스쳐지나 수 밖에 없는 낯선 타인들.
그것은 다정한 내 인사에 응답이 없을때 얼머나 가슴에 상처를 입게 되는지. 또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낯선 타인들의 존재를 배우지 못한 어린 아이들을 볼 때면 언제나 스스럼 없이 ' 안녕 ' 하고 인사를 건네게 되는데요. 우리의 가슴속에 아직도 그 소년의 순수한 영혼이 살아 있어서 낯선 타인의 개념에 상처입지 않은 순수함으로 그를 만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들판의 꽃들에게 왜 피었는지 물어보세요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는지 물어보세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막스 밀러 - 독일인의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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