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FORG.CO.KR -> 스포일러게시판 -> dprwpfhtm님 작성
오늘 어떻게 여자 후배들하고 보러 갔는데 처음에는 멜로물인줄 알고
ㅅㅂ 또 시간 버리고 오겠군...
하는 마음으로 앉았습니다. 멜로를 모욕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 취향에는 절대 아니라는...
그래서...시작은 딱 멜로물 분위기더군요...아마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컨셉으로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머리를 비우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아들이 유괴당하고 살해 당하고...
여주인공(전도연 분)의 종교에의 심취...그리고 그 종교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해답과 이에 대한 절망...
정말이지...이토록 세밀한 심리묘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왜 칸에서 전도연씨한테 상을 줬는지 알게 만들어주는, 인간의 고통을 온몸으로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그녀의 연기를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예상했었죠...전도연이 이런말 저런말 들어도 한국에서는 에이스 여배우 아닙니까?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묘사해내는 심리가 실존주의 사상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는 정말 경악했습니다.
버틸 수 없는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한 '신'에 대한 의존...
그러나 인간의 관점에서는 더없이 냉혹한 '신'의 응답...
그리고 파멸해가는 한 인간의 고통과 저주...신을 향한 증오...
그러나 그런 후에도 결국에는 찾을 수 없는 답에 좌절하여 자살시도까지...
게다가 감독은 이 자살이 끝이 아닌, 오히려 자살미수로 그치고 그 후에 완전히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인간 자존의 삶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 미장원의 아르바이트 여자아이가 자신의 아들을 납치/살인한 공범이라는 것을 보고 곧바로 가게에서 뛰어나가는 전도연씨의 모습은 어설프고 용납할 수 없는, 설사 그것이 고차원이라고 해도, 용서가 아닌 분노와 증오, 그리고 피해자로서의 슬픔을 숨기지 않고 그 가해자들에게 돌려주려는 적극적인 의지 그 자체를 보는 듯 합니다.
저는 보통 한국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특히 조폭 영화) 정말 이런 감동은 예스터데이 이후 처음이군요. 그나마 예스터데이는 주제 하나로 먹고 살고 그 외 영화의 전개라던지 기술쪽은 엉망이었지만 밀양은 어느 하나 이상한 부분 없이 주제에 맞는 구성과 전개 그리고 스토리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정말 시간 떼우러 가서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왔네요...
맴버 여러분들도 꼭 보시길 빕니다. 다만 이 영화는 가족이나 연인과 같이 가서 보기 보다는 소주 반 병 정도 마시고 우울해진 상태에서 인간의 본연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는 그런 자세로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PS. 너무 슬플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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