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in "저장창고/당신의 밤과 음악" 2008/07/15 22:06


밤이 깊어도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는 창문이 있었다.

불켜진 창문안에 사람들은 왜 잠들지 못했을까?

일을 하는 걸까? 책을 읽은 걸까? 아니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어쩌면 근심이 많은 건지도 모른다.

소년은 선선한 거리의 벤치에 앉아서 불이 켜진 창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은 한손에 지우개를 들고 있다. 그 지우개는 성능이 아주 좋아서 잔주름 같은 걱정들을 싹싹 잘 지워
준다.

하지만 밤의 지우개는 가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느순간 잠이 싸악 달아나서 잠을 자지
않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바다를 들여다 보듯 자신의 삶을. 심연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에게는 밤의 지우개가 아무 소용이 없다.

잠들지 못하는 저 많은 사람들의 근심을 밤의 지우개로 지워주고 싶다.

소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아주머니가 슬픈얼굴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소

년은 깜짝 놀라서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가 멈춰서자 소년은 아주머니의 손을 잡아 벤치로 이끌었다.

아주머니는 누군가의 위로가. 밤의 지우개가 절실하게 필요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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